내 수술은 오른쪽 유방 전절제와 재건술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걱정했던 건 내 수술 방향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 글에서 설명 했듯 나는 오른쪽 가슴을 전부 잘라내고 등 근육으로 가슴 재건술까지 진행하는데,
만약 가슴을 열어서 림프절과 유두 조직을 떼어네 전이가 발견된다면 유두도 잘라 낸 후 재건할 수도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는 만약 유두도 재건하게 된다면 예쁘게 잘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지만,
(유두를 만들게 된다면 등의 피부를 떼어다가 모양을 만든다고 했다.)
이게 어디 위로가 될 말인가.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수술 전에 내 유전자 검사가 나왔다는 것이다.
나는 검사 결과를 수술 전 입원 했을 때 동의서에 사인을 하면서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내용을 알려주려 온 의료진이 오히려 전달받지 못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어쨌든 저쨌든 유전자 검사 결과 유전적인 요인은 없다였다!
덕분에 수술실에서 오른쪽 가슴만 잘라낸다는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수술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취에서 못 깨면 어떡하지, 림프절에 전이 됐으면 어떡하지,
유두를 들어내고 재건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원래 것과 다를텐데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아무 확신이 없는 상태로 나는 마취된 채 수술실에서 5시간을 보냈다.
마취에서 깨고 제일 먼저 기억나는 건 간호사로 추정되는 사람이 마스크를 씌워줄 건데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다음 생각난 것은 엄마가 이쪽으로!!라고 말하는 목소리였고, 그 다음은 엄마가 남편과 영상통화를 통해
둘이서 계속 나를 꺠우려는 목소리였다.
몇 분 동안 그렇게 정신을 놨다가 차렸다가를 반복하고, 진짜로 정신이 제대로 들었을 때 내 몸을 살펴보니
오른쪽에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팔목에는 채혈을 하면 안된다는 채혈 금지 팔찌가 있었고 몸에 연결된 피주머니(배액관) 3개도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나를 깨우기 위해 계속 남편과 영상 통화를 시켜주고 동생과 영상 통화를 시켜주었다.
사실 남편과 영상 통화를 한 건 기억이 나는데 동생과 영상 통화를 한 건 기억에 없다....ㅠ
마취약이 얼마나 독한지 새삼 알게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유방암 교수가 밝은 얼굴로 병실을 방문했고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다.
다행히 림프절과 유두에 전이가 안되어서 가슴만 깔끔하게 절제를 했다는 것이다.
내가 봤던 교수의 모습 중에서 제일 밝은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내 수술이 잘 끝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본 그는 수술에 관한 나머지 자세한 내용은 성형외과에서 설명해 줄 것이라 하고 떠났다.
마취액이 내 몸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 잠들 수 없기 때문에 (근데 먹을 수도 없음 ㅠㅠ)
엄마에게 계속 말을 걸고, 엄마도 나에게 계속 말을 걸며 몇시간을 보냈다.
한참동안 금식을 한 상태라 배가 고플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배가 고프진 않았다.
나는 평소에 물도 잘 안마시는 성격이라 목마른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 커피가 그렇게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1시에 수술이 끝나고 6시간을 금식하는데 커피.. 그것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고생이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보니 성형외과 교수가 방문하였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성형외과 교수님도 엄청나게 밝고 상기된 상태로 나에게 왔다.
자기가 수술 5시간 걸릴 거라고 하지 않았냐며, 수술 딱 1시에 끝냈다고 굉장히 의기양양했다.
어쨌든 수술은 잘 끝났고 피주머니는 가슴에 연결된 것이 하나, 등에 연결된 것이 두 개라고 알려주었다.
피주머니(배액관)는 수술 부위에 물이 차면 안되기 때문에 다는 것도 있고 피 색을 통해 수술 부위의 염증 상태를 보기도 한다.
사실 설명을 굉장히 자세히 해주셨는데 제정신이 아닐 때 들었던 내용이라 정확시 기억을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 피주머니에 나오는 피의 색과 양을 계속 확인해야 했고 퇴원 전에 빼거나 상황에 따라서 퇴원할 때 달고 퇴원하고
그 후 내원 시 상황에 따라 뺄 수 있다고 했다.
마취에서 깬 후 몸 상태는?
점점 마취에 깨어나고 통증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했을 때, 나는 오른쪽 등과 가슴, 겨드랑이가 돌로 변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몸을 움직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문제는 내가 무통약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무통약이 아니면 정말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일반 진통제를 맞으며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고통을 잘 참는 편이어서 진통제를 많이 맞지 않고 입원 내내 지낼 수 있었다.
이건 방문하시는 간호사분들이 계속 왜 진통제 안 맞냐고 물어볼 정도 ㅎㅎ...
그만큼 나에게는 버틸만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무통을 맞을 수 있다면 꼭 맞으시길, 나도 두, 세번 정도 진통제를 요청할 만큼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다.
상처는 가슴에 하나, 그리고 유두 조직 검사를 위해 뜯어낸 자국과 등에 가슴보다 더 긴 거 하나, 총 3군데에 있었다.
(피주머니 관이 삽입된 곳까지 따지면 총 5군데)
수술 당일 저녁부터 걸어도 된다고 이야기 들었지만 침대에서 일어나면 특히 겨드랑이가 뜯겨나가듯 아파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뜯겨나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피가 안 통해서 저깃저깃한 거 같은 느낌도 함께 오는데 마치 중력에 내 몸이 한없이 눌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내 몸은 너무 힘들었지만 의사들이 방문할 때마다(교수고 담당의고) 수술이 매우 잘 되 었고
지금 아픈 건 당연하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수술 직후에 나에게 방문한 교수님들의 행복한(?) 기쁜 반응을 보면
정말 수술이 잘 되었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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