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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이야기

유방암 재건술, 민망한 순간들

by 현소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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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드러나는 내 가슴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촬영술이나 초음파검사, MRI 등 다양한 검사나 유방외과에서 진료를 보기 위해

가슴을 수시로 열어야 하는 민망한 상황들이 생기는데 사실 재건술을 진행한다면 유방암 검사에 따른 민망함은 민망함도 아니다..

재건술을 진행하면 성형외과에서 많은 진료를 보게 되는데 그 수많은 진료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바로 가슴 사진을 찍는 것이다.

가슴 재건술을 위해서 필수로 촬영해야 하는 사진인데 이게 참 민망하다.

배꼽이 보이도록 상체를 탈의하고 정면과 측면, 후면 등 다양한 각도로 가슴을 촬영하는데 이때 촬영한 사진을 수술할 때 수술실에 걸어놓고

모양을 보면서 복원 수술을 한다고 했다. 나야 마취되어 있지만 내 가슴 사진이 각도별로 전시되어 있다니..

본의 아니게 그 장면을 상상했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수술실에서 나는 마취되어 있고 어딘가에 내 가슴 사진을 걸어두고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수술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역시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이 사진을 찍으려면 우선 사진 촬영하는 곳에 들어간다. 서울 성모병원의 경우 탈의실 안에 촬영하는 곳이 있어서

누군가가 사진을 촬영하면 옷 갈아입는 건 조금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탈의실로 들어가면  꼭 크로마키처럼 파란 벽이 있는데

그 앞에서 촬영을 한다. 바닥에는 각도가 그려져있어 정면, 뒷면을 포함해서 각도별로 모두 촬영한다.

 

 

어쨌든 수술에 사용되는 사진이어서 그런지 사진도 엄청 공들여사 촬영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촬영을 하고 사진이 촬영 잘 됐는지 확인하고

다시 카메라를 조절해서 촬영하고 그렇다보니 조금 뻘쭘하기도 했다.

 

특히 나는 가슴 촬영 진행을 남자 선생님이 해주었는데, 만약을 대비한 것인지는 몰라도 꼭 여자 간호사분이 함께 들어와서

촬영하는 것을 지켜봐주었다. 이 부분은 정말 배려심이 깊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 뻘쭘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촬영할 때는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아까 말했 듯 각도 별로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수술하기 전 날엔 성형외과 진료를 가서 수술할 부분들을 펜으로 슥슥 체크하는데

그때는 마치 내 가슴과 등이 스케치북이 된 것처럼 여기저기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유방외과에서 촉진, 다양한 검사 때 드러내는 가슴, 성형외과에서 가슴 촬영, 그리고 그림 그리기까지-

이쯤부터는 내 몸이 더이상 내 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마음이 좀 나아지기도 한다. 거의 포기 수준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진행되는 가슴 촬영

수술을 하고 나면 매일 아침 성형외과에서 드레싱을 하러 오는데 그때도 매일 사진이 찍힌다.

수술 후 회복 과정을 촬영하는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게 정말 힘들다.

가슴도 등도 옆구리도 아파서 몸을 바르게 세울 수가 없는데 사진을 찍으려면 어느 정도는 상체를 세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직후 초반에는 정말 너무 아파서 상체를 들 수가 없어서 상체 세워달라는 이야기를 몇번 들었다.

매번 찰칵찰칵 소리를 들으면서 사진을 찍히는데 수술 하고 난 며칠은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그냥 빨리 찍고 가라-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는데, 통증이 좀 사그라진 3, 4일차부터는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이 엄청 숨 막힌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초점을 잡는 담담의와 그걸 바라보는 간호사, 상주 보호자인 우리 엄마.

나는 수술 후에 1인실로 병실을 옮겼는데, 엄청나게 고요한 병실에서 초점 잡히는 소리와 찰칵거리는 소리, 플래시만 터진다.

가끔 잘못 찍히면 또다시 사진을 찍어야하는데 무던한 사람도 이 순간들은 민망하지 않을까..

 

물론 퇴원 2~3일 전부터는 찍든지 말든지 상태가 되어서 당당하게 가슴을 열어젖히기는 한다.

 

 


퇴원을 한다고 가슴 사진 찍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6개월이 되면 임상 사진을 촬영한다. 이것도 수술 전에 찍은 곳과 같은 곳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촬영한다. 이번에 내 가슴을 찍어준 분은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무슨 고기 사진 찍 듯 휙휙 찍고 뒤돌으세요, 옆으로 서세요-

무미건조하게 말해서 내가 어떤 한 덩어리가 된 기분이었다. 이것도 찍어주는 사람들이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서

기분이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물론 성형외과 진료를 받으면 가슴을 여는건 필수다.

흉터가 어떻게 아무는지도 봐야하고 가슴 모양이 어떻게 잡혀가는지도 봐야 하기 때문에 계속 가슴을 보여주게 되고

그러면 내 가슴을 보든지 말든지, 뜯어내든지 말든지의 상태의 내가 될 수 있다.

 

성형외과 교수님은 그래도 최대한 배려를 해주시려고 최소한으로 가슴을 열어서 진료를 봐주시곤 하는데

그게 고마우면서도 어차피 등 상처도 봐야되서 상의는 다 벗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등 상처를 볼 때는 상의 가운을 다 벗고 등을 보고 그다음 가슴을 보기 전에 가운을 다시 입고

수술 안한 가슴은 가운으로 가리고 수술 한 가슴만 드러내놓고 진료를 보는데, 내 입장에서는 이미 등 상처 진료를 볼 때

상의 가운을 다 벗어서 그 안에 있는 의료진들(간호사분들이야 상관없지만 교수 아래 있는 레지던트나 인턴 등의 남자 의사들)이

내 양 가슴을 다 봤는데 뭐 가슴 진료 볼 때만 하나 가린다고 될 거냐,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진료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여성 환자를 배려해 주는 행동이긴 하지만

암 판정에 수술까지 내가 부정적인 상황이었어인지 고마우면서도 아니꼽게 보는 경우가 생겼었다.

 

앞으로 유방암 재건술을 하시는 분들은 이 포스팅을 통해 미리 이런 상황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무던하게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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