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제안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큰고모가 난소암 경력이 있었기에 유전자 검사를 제안받았다.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검사할 수 있는 유방암 유전자 검사는
브라카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검사로,
안젤리나 졸리가 이 검사를 통해 브라카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방암 예방을 위해 유방 절제술을 진행했다.
교수님도 나에게 유전자 검사를 제안하면서 안젤리나 졸리를 예시로 들었는데
아무래도 안젤리나 졸리가 한 행동이 많은 여성들의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 듯싶었다.
유전자 브라카(BRACA)
유방암을 만드는 유전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브라카라는 유전자가
제일 흔한게 발견되고 유방암 발생을 강력하게 만드는 유전자라고 한다.
브라카는 1, 2로 나누어져 있고 유전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5~60%가
브라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7~80%,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은 3~40%다.
그렇기에 가족 중 난소암 환자가 있는 나는 필수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유전성 유방암이면 어떻게 되나요?"
유전자 검사 제안을 받고 바로 물어본 질문이었다.
교수는 덤덤히 유전성 유방암이면 제발 방지를 위해 양쪽 가슴 다 잘라내는 것이 좋다고 답을 했다.
물론 양쪽 가슴을 전부 잘라내면 둘 다 재건술을 통해 가슴을 복원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모든 건 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서 알 수 있는 거지만 내가 암이라는 것을 전부 받아들이지도 못했는데
예상보다 더 큰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의사야 늘상 경험하는 것이지만, 나는 갑자기 가슴을 다 잘라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크게 다가왔다.
어쨌든 재발보다는 예방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했고,
유전자 검사는 또 유전 전문 교수에게 찾아가서 진료를 봐야 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환자 입장에서는
상황이 급박해서 어떤 결과든 빨리 나와야하는데 병원 시스템 상 일정을 기다려야 한다.
이게 참 답답했다.
유방암 교수는 수술 전에 결과가 나와야 수술 방향성을 정하니까 빨리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또 유전 전문 교수 진료 스케쥴이 정해져 있으니 환자는 그 스케줄에 맞춰서 진료를 받아야 하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검사 결과 나오는 일정이 밀리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검사 교수를 만났을 때 검사 결과가 수술 후 나올 것 같다는 답을 들었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어이가 없었다.
"유전자 검사가 나오고 만약 제가 해당 사항에 포함된다면 수술 때 예방할 수 있도록
가슴 양쪽 다 절제 수술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수술 전에 검사 결과가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죠?"
"만약 유전자가 있으시다면 추후 치료 방향을 다르게 할 수 있고,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주의를 하시면서 지내셔야 합니다."
내 질문에 교수는 약간 난감하다는 듯 답변을 했다.
나는 수술 전에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서 양쪽 가슴 다 잘라야할 필요가 있다면
이번에 수술을 하면서 양쪽 가슴 다 잘라낼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방암 교수와 전혀 다른 답을 준 유전자 전공 교수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예방을 하고 싶으니 빨리 검사가 나오게 해달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왜 너네는 말이 다르냐고 화를 내야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여기서 내가 다그친다고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올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그럼 유전자 검사받으시겠어요?
두 번째로 당황한 것은 유전자 검사를 위해 진료를 받고 있는데, 유전자 검사를 받을지 말지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유전적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를 받겠다고 진료 예약을 하고 이렇게 의사와 대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근데 왜 유전자 검사를 받겠냐고 다시 질문하는 걸까?
검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였기에 의사에게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한 게 아니라
되레 유전자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있나요? 되물어보았고,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검사를 거부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아무래도 돌연변이 유전자가 몸에 있는 것이니까,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도 꺼려하시고
내 몸에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사는 것보다
모르고 사시는 게 스트레스도 덜 받고 그렇다 보니까
유전자 검사를 안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는 전적으로 환자분 의견에 따라 결정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지만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나에겐 여동생도 있고 내 검사로 인해서 내 동생 역시 조심시킬 수 있기 때문에
난 큰 고민 없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 더 검색을 해보니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혼이나 이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야 이런 거로 이혼하자고 하면 상대가 그거밖에 안 되는 사람이니까
오냐 그래, 이혼하자 할 성격이지만, 이 부분도 많은 사람들에겐
큰 고민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유전자 검사를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요즘은 결혼 전에 건강검진표와 가족 질병 이력을 공유한다고도 하니까..
이런 유전자가 있으면 자식에게도 발현할 수 있으니
굉장히 고민되는 부분이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
(근데 그러면 유방외과 교수가 유전자 검사 할 때 이미 싫다고 했을 것 같은데..
유전자 담당 교수가 왜 다시 나에게 의사를 물었는지는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난 또 한 번 채혈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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