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필요한 검사 예약
서울 성모병원에서 교수와 첫 진료를 끝내자마자 바로 수술 날짜를 정하고 수술 전에 필요한 검사를 시작했다.
대학병원의 좋은 점은 검사 예약을 해주시는 분들이 따로 있어 필요한 검사 예약을 스케줄에 맞춰
잘 진행을 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그 스케쥴은 환자의 스케줄이 아니라 병원의 스케줄에 따르는 것이지만...
간호사가 외래 진료 참여 안내문을 주면서 검사해야하는 리스트와 가야 할 곳을 쭉 알려주었다.
물론 본인들이 바쁜 건 알겠지만 병원이 처음인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너무 빠르게, 쉼 없이 알려주는
검사 리스트는 내 정신을 쏙 빼놓았다. 그 상황에서는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느꼈지만,
어쨌든 정리를 하자면 수술 전 해야 하는 검사는 아래와 같았다.
- 유방초음파
- 유방촬영술
- 골밀도
- 뼈
- MRI
- CT
- 혈액
- 소변
- 심전도
- X-ray
내가 교수를 만난 날은 3월 23일이었고 수술 예정 날짜는 4월 26일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을 들었고 그렇게 23일 당일에 유방초음파와 유방촬영술, 혈액, 소변 검사를 진행하고
28일에는 심전도, X-ray, 골밀도, CT, MRI 검사를, 마지막으로 전신 뼈검사는 30일에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어차피 병원 예약 일정은 나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병원 일정에 맞추는 거라는 생각이 드니까
예약해주시는 직원 분들이 수술 일정과 다음 진료 일정에 맞춰 검사 예약을 잡아주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있었다.
아마 내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었으면 병원 측과 논쟁이 생기고 원활한 치료가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검사마다 예약지가 나왔기 때문에 직원분은 모든 종이를 정리해서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날짜별로 시간별로, 검사별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를 해주었다.
검사 예약을 해주는 직원분이 친절해서 이 병원에 대한 찝찝함과 불쾌함이 좀 사라졌다.
진료 당일이었던 23일에는 유방초음파, 유방촬영술, 혈액, 소변검사 밖에 진행하지 않았지만
이미 나는 교수를 기다리고 만나고 진료를 받으면서 기운이 다 빠져있었기 때문에 이 네 가지 검사를 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당장 검사를 진행해야 하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유방초음파는 초음파기기로 가슴을 눌러서 이리저리 둘러보며 검사를 하는 것이고
유방촬영술은 다들 잘 아는 '그 아픔' 유방 X-ray 검사이다.
이미 1차 병원에서 두 가지 검사를 다 하고 그 자료를 대학병원에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기분을 좋게 하진 못했다. 특히 유방촬영술은 어차피 내가 치밀 유방이라
해봤자 보이지도 않는데 왜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먼저 촬영한 것은 유방 X-ray(유방촬영술)이었다.
내가 가슴이 너무 작아서인지 기계에 가슴이 잘 잡히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하필 암이 있는 오른쪽 가슴에서 촬영을 위해 가슴을 짓누를 때마다 투명하고 끈적한 액이 나왔다.
다른 병원에서 촬영할 때는 전혀 보지 못했던 것이고 촬영을 진행해 주는 의사가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해서 내 두려움은 더 커졌다.
문제가 있냐는 질문에도 의사는 나중에 검사 결과를 교수님과 함께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라며
대답을 얼버무려서 더더욱 무서워졌다.
'이런 게 나오면 암이 더 많이 진행된 건가?'
이놈의 병원은 뭐 이리 비밀이 많은지.. 명확한 해답을 받지 못한 채 바로 옆에 마련되어 있는
유방 초음파실로 들어가 초음파 검사도 끝냈다.
초음파 검사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내 암세포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의사는 한참이나 이리 쳐다보고
저리 쳐다보면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 나는 비죽비죽 나오는 눈물을 숨기느라 바빴다.
그나마 내 마음을 낫게 한 외래채혈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는 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혈액채취하는 곳이 신기했다.
채혈을 하러 왔다고 하면 나를 등록한 다음에 대기번호를 뽑고 기다려서 순서대로 채혈을 진행했다.
근데 계속 띵동 띵동 소리가 나고 몇 번 안 계세요~? 외치는 간호사 분들의 모습이 은행이랑 똑같았다.
실제로 의자 배치나 대기번호가 뜨는 안내판이나 모두 은행의 모습과 똑같아서 더 신기했다.
암 수술을 위해 혈액 검사를 정확히 어떤 것들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내 생에 제일 피를 많이 뽑아본 날이 있다면 바로 이날을 꼽을 수 있겠다.
나보다 늦게 채혈을 시작한 분이 먼저 채혈이 끝날 정도였으니까.
다행히 바늘을 무서워하거나 피 보는 걸 무서워하지 않아서 수월하게 채혈을 할 수 있었다.
거의 헌혈 느낌으로 채혈을 했어서인지 어지러움에 바로 움직이지는 못하고
외래채혈실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있어야 했다. 어지러움증을 완화시키려면 뭘 먹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병원에서는 아무것도 섭취가 되지 않아서 나는 마냥 앉아서 어지러움이 완화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나는 이제 중증 환자
이날의 마지막 일정은 수납처에 가서 수납 및 중증 환자 등록이었다.
사실 나는 내가 중증 환자로 등록이 되는지 몰랐는데, 이날 검사한 내역들을 수납하러 가니 알아서 중증 환자 등록까지 진행해 주었다.
암 환자는 5년 동안 중증 환자로 기록되어 타 병원에 진료를 가도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고 5년 동안 꾸준히 추적 검사를 진행해야한다. 또한 중증 환자로 등록되면 5년동안 산정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암환자는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급여는 본인 부담룰이 5%로 치료 비용을 걱정하고 있던 나에게 너무 감사한 혜택이었다.
3월 23일, 이렇게 나는 중증 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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