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판정을 받다
3월 14일 월요일.
좀비처럼 일에 취한 오후 5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보통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전화는 무시하는데 이날은 왠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화 너머 목소리는 조직 검사를 받은 병원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선생님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통과 가능 여부를 확인하더니 바로 의사에게 전화를 연결하는데 심장이 쿵쿵 뛰었다.
화요일쯤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었는데, 전화가 빨리 왔네.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온 거면 암이 아닌 걸까? 아니면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야 암이 아닌 걸 거야..
어두운 회의실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보려 했다.
"아직 모든 조직 검사가 나오진 않았는데, 유방암으로 보이네.
자세한 걸 알아보려면 면역 염색을 통한 추가 검사가 필요해요.
그래서 그걸 진행하겠다고 알려주려고 전화했어요."
"면역 염색 진행이 필요하단 거면 아직 암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거죠?"
"으응- 그건 아니고, 암은 맞는데 이제 상피암인지, 침윤암인지 알아봐야 하는 거예요."
암이다. 눈물이 났지만 의사가 통화로 알려주는 것을 메모해야 했기에
감정을 꾹꾹 누르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메모를 이어나갔다.
암의 종류 그리고 대학병원 추천
상피암 : 0기라고 볼 수 있는 암. 상피암은 항암 치료를 안 할 수 있다.
침윤암 :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정확한 기수는 수술을 한 후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면역 염색 : 상피암인지 침윤암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추가 검사이다.
결국 내 가슴에 있는 몽우리는 암세포이고 이게 상피암인지 침윤암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면역 염색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내 암이 상피암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처럼 설명했다.
상피암이면 정말 다행이지만 침윤암을 의심한다고 했다.
"만약 침윤암인데 1기이면 항암을 안 할 수도 있나요..?"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 침윤암이면 항암이든 방사선 치료든
무조건 한다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암 판정을 받고 여러 걱정이 들긴 하지만 역시 항암이 제일 걱정이었다.
지금 통화하는 이 의사가 유일하게 내게 모든 정보를 알려줄 사람이었기에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고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최악의 상태는 피하고 싶어서 계속 질문을 했지만, 답변은 날 자꾸 최악의 상태로 데리고 갔다.
그만큼 내 조직 검사 결과가 나쁘다는 것이겠지...
더 이상 정신줄을 붙잡고 있기 어려운 순간 어쨌든 상피암이든 침윤암이든 수술을 해야 하니
3차 병원을 미리 등록하는 게 좋겠다는 말이 들렸다.
내가 암이라는 충격에 빠져나오기도 전에 내 치료와 미래를 위해서 의사와 함께 3차 병원에 대해
논의를 한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저는 제가 암일 거라고 생각을 안 해서, 병원을 생각 안 해봤는데요.. 추천해 주실 병원이 있을까요?"
내 질문에 의사는 물론 그렇게 해줄 수 있다면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부터
Big 4라고 불리는 유명 병원 리스트까지 쭉 읊어주었다.
의사는 약 9개의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Big 4병원
<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하지만 위 네 곳은 네임밸류가 있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예약도 한참 뒤에 잡힐 것이고
수술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유방암은(어느 암이나 다 그렇겠지만)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관건이고
이제는 너무 만연해진 병이라 많이들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서 다른 곳들도 다 수술을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 꼭 Big 4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당연히 환자라면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사는 곳에서 가까운 병원도 괜찮다며
두 곳을 추천해 주었다. 아래 두 병원은 한 달 이내로 수술도 가능할 거라 했다.
<건대병원, 강남세브란스>
(나는 성동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병원으로 위 두 개의 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특히 건대병원은 최근 유방암으로 유명한 교수가 원래 있던 병원에서
건대병원으로 옮겨 근무를 하고 있어, 집도 가깝고 제일 나을 것 같다는 게 의사의 추천이었다.
(의사가 추천해 준 건대병원 교수는 노우철 교수님으로 원자력병원에서 건대병원으로 옮기셨다고 했다.)
그 외에도 갈만한 병원으로는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차병원>을 추천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 Big 4는 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그 외에도 추천해 줄 만한 곳은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차병원.
특히 차병원의 경우 재건 수술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어 편리한 점이 있다고 했다.
가족들과 의논이 필요하겠다고 말하자 당연하다고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대한 이성적인 척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실시간으로 무너지는 것을 의사는 파악한 듯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웠다.
면역 염색 결과는 수요일에서 목요일 사이에 나올 테니 그때 다시 병원 이야기를 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계속 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감정에 취해있기보다는
얼른 가족들에게 알려서 3차 병원을 정하고 예약을 해야 했다.
지금 3차 병원을 예약해도 첫 진료까지 한 달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엄마에게 카톡을 했다. 남편에게는 연락할 수 없었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데, 남편과 연락이 닿으면 이 감정이 둑이 무너지듯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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