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이 있다.
유전적인 병을 가지고 있다면
이혼, 혹은 파혼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꼭 유전적인 병이 아니더라도
큰 병에 걸리면 그 이유로
이혼이 진행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결혼 전에 꼭 건강검진과
유전적 병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를 해서 배우자를 정해야 한다는
정보도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온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병에 걸려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말이
간혹 들려왔기 때문에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때
나는 이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괜한 걱정, 어이없는 걱정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정말 사소한 것마저도
전부 걱정거리였기 때문에
이 부분도 나에겐 큰 걱정거리였다.
특히 나는 큰고모가 난소암이었기에
유전에 의하여 유방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초반에 이야기를
들어서 더더욱 걱정이었다.
유전자 검사를 해서
유전자에 의한 유방암이라는
판정이 나오면 혹여라도..
남편의 가족들이 뭐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만연했다.
내가 유방암 판정을 받았을 때는
결혼한 지 2년 차로 정말 신혼이었고
결혼 전 아이를 안 낳겠다고
양가에 이해를 구하고 결혼했음에도
아이를 갖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꾸준히 우리에게 할 만큼
시댁은 보수적이었기 때문에
더 걱정을 한 이유도 있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다행히도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으로 나왔다.
이로써 왜 유방암에 걸렸는지
이유를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어쨌든 걱정거리 하나는 사라진 것이었다.
그제야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 사실 내 병이 이혼 사유가 될까 무서웠다고.
정말 엄청나게 혼났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남편, 본인에게 상처를 주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고 했다.
이렇게 말해주어서
다시는 그런 생각하지 말라고 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그렇다면 정말 유방암이 이혼 사유가 될까?
사실 유방암이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는 결혼 전 중한 병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겨혼하였다면 민법 제816조 제2호
소정의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또는 중대한
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라는 대목에 병으로 인한 혼인 취소 사유가 포함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법원에서 엄격히 제한해서
해석해야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꼭 유방암이라고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면 이런 것까지 고민해야 하는구나..
새삼 깨닫는 시기였다.
괜히 법률도 찾아보고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말 이혼을 요구한다면 들어주는 게 맞는지
그냥 난 아플 뿐인데-
이런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이 속상한 나날이었다.
법이 어떻고, 병이 어떻고 간에
가족이 아프면 함께 이겨 나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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