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 혼자서 운동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여
물리치료와 재활치료 일정이 잡혔다.
사실 큰 수술을 했고
몸을 쓰는데 무리가 있기에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방문해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치료는 일주일에 한 번만 오라고 했다.
그렇게 첫 물리치료&재활치료 날을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찾아온 첫번째 치료 날.
내가 다니는 병원은 수납을 먼저 해야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기 때문에
접수와 수납을 하고
내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다렸다.
모든 대학병원이 그렇지만
재활치료 역시 무한 기다림이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1,20분이야 그렇다 쳐도
40분 넘게 기다린 적도 있어서 불편했다.
어쨌든, 이름이 호명되고 안으로 들어가면
물리치료사가 내가 누울 자리를 알려준다.
환자의 정확한 상황도 모르던 물리치료사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으니
물리치료사가 커튼을 치고 들어왔다.
"어깨 불편하시죠? 유방암 시술받으셨고요~"
확신에 찬 목소리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시술?
"저 유방암 수술하고 복원술 했는데요."
내 대답에 물리치료사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수술받고 재건술 하신 거예요?"
"네. 등근육으로 재건술 했어요."
"이쪽? 그럼 어디가 불편하세요?"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진 물리치료사는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하더니 자리를 비웠다.
어이가 없었다.
내 상태는 차트를 제대로 보고 왔으면 뻔히 알 내용들인데
왜 환자인 내가 물리치료사에게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잠시 뒤 다시 나타난 물리치료사는
내 팔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다행히 림프절이 붓진 않으셨네요~"
이제야 내 몸 상태에 맞는 말을 하는 걸 보니
차트를 다시 읽고 온 모양이었다.
그렇게 난 첫 번째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사의 선 넘은 말
몇 번의 치료가 반복되고
물리치료사와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나는 주중 오전에 가서
치료와 재활운동을 진행했는데
어느 날 물리치료사가 나에게
휴가 쓰고 치료받으러 왔냐고 물어보았다.
"아니요, 저 퇴사했어요.."
내 답에 물리치료사는 눈이 커졌다.
"예? 왜 퇴사해요? 그냥 휴가 쓰고 수술받으시고 일하면 되지~"
황당했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물론 수술 후에는 항암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단이 나와서 다행인 상황이었지만,
수술 전에 나는 무조건 항암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항암을 준비하고 있었고 항암치료를 하면서
회사를 다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퇴사를 결정했다.
회사에 유방암을 알렸을 때도
우리가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암에 걸린 것 같아 미안하다는 답변을 받을 정도로
당시 나의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상당했었다.
주변에서도 이 기회에 퇴사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되찾자는 게 좋을 것이라 설득했고
많은 고민 끝에 나도 퇴사를 결정한 다음 수술을 받은 것인데,
이런 내 사정은 하나도 모르면서
저렇게 쉽게 말을 하는 게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나는 브라카 유전자 검사도 아무것도 뜨지 않아
왜 유방암에 걸렸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 밖에 없었기에
스트레스를 없애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도 웃기고
귀찮고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정말 이 사람과
다시는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대충 원래 항암치료를
해야 했기에 퇴사했다 정도로 대답하고 입을 꾹 닫았다.
그 이후로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받으러 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
내가 젊은 환자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분명 다른 환자분들과 대우하는 게 달랐고,
재활을 위한 물리치료사인데도 불구하고
젊으니까 알아서 금방 낫겠지라는 스탠스를 가지고
대충대충 나를 대하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그냥 봉 하나 쥐어주고 운동하고 계세요~ 말한 다음에
10분이 넘게 나를 방치해 둔 적도 있었다.
내 몸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남은 예약 기간 동안 방문하긴 했지만
환자로서의 배려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 채로
찝찝하게 물리치료와 재활운동을 끝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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