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재건성형술과 탈코르셋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재건술을 했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걸 왜 했냐고 반응을 보인다.
그들에게는 유방재건성형술이
마치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코르셋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탈코르셋을 해야 하는 마당에
왜 유방재건성형술을 하면서
직접 본인의 몸을 코르셋으로 조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다.
내가 내 암 수술에 왜 페미니즘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술 전까지 재건술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일부 사람들의 말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했다.
서울 성모병원에서 유방재건성형술에 관련해
안내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유방재건성형술은 의학적 판단에 의해서
정해지는 수술이라기보다는
환자의 유방 성형술에 대한 필요성과
판단에 의해 정해지는 수술이다.
즉, 꼭 할 필요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진행을 하는 수술이라는 것이고
추가적인 설명으로는 재건술을 안 하는 경우
가슴이 한쪽에만 있으면 몸에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근데 난 가슴이 워낙 작아서 안생겼을지도..ㅎㅎ)
어쨌든 나는 상황 상 재건술이 필요한 환자였다.
내 암은 가슴 여러 군데에 퍼져있었기에
가슴속을 전부 절제해야 했고
만약 유두에 암이 전이 됐다면
유두도 함께 들어낸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유방재건성형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을 주셨다. 사실 제안보다는 확신이었다.
의사 입장에서 나는 아직 어린 환자이고
나중에 혹시라도 아이를 낳아서 수유를 하게 된다면
한쪽 밖에 모유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가슴이 둘 다 있는 게 좋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유방재건성형술에는 유두 재건도
포함이 되어있었기에 더더욱 당연하게 말씀을 주신 것 같았다.
나 역시 재건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워낙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기에
재건술을 하지 않으면 분명 변화된 내 몸에
적응을 못하고 나를 까내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술은 잘 끝났다.
성형외과 교수님 말로는
아주 예쁘게 잘 됐다고 했다.
수술한 가슴은 띵띵 붓고
수술의 여파로 피부가 까매져 있었기에
예쁜지 어쩐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교수 말로는 예쁘다고 했다.
유방재건성형술 후 1년
수술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수술한 가슴에 부기가 빠지면서
크기가 줄어들고 조금 비뚤어졌다.
비뚤어졌다.. 정확히는 모양이 달라졌다.
그래서 옷을 다 벗고 거울을 보면
은근히 자존감이 떨어진다.
예쁘게 잘 됐다고 하는데, 내 가슴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어가지고 수술을 했는데
왜 이렇게 밖에 안된 거지..?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가슴 사진을 여러 각도로 찍어서
그걸 보며 재건술을 한다고 해도 예전 그대로
돌아오기는 힘든 것 같았다.
수술할 때는 최대한 동일하게 만들어도
등에서 가슴으로 옮겨진 살과 근육들이
내 몸에 적응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변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가슴이 형태를 잡고 있고
유두도 다행히 살렸기에
상실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만약 내가 재건술을 안 했다면
아마 난 집 밖을 나가는 것도 힘들어했을 것이다.
그만큼 유방 재건술은 내 정신적인 부분을 도와준
하나의 수술이었다.
아직도 유방암 환자들의 유방 재건성형술 이야기가 나오면
그거 가슴 커지려고 하는 거 아니냐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
유방재건은 그렇게 간단한 이유가 아니다.
물론 미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의학적인 부분이 있고
한 사람이 남은 삶을, 지금과 별 다를 것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기에 나는 재건술에 긍정적이다.
유방재건성형술은 정말 환자의 결정이지만
내 상황에 따른 의사의 제안을 참고해서
결정을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재건술에 관련하여 너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건술, 그리고 성형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진 예뻐지기 위함이 아니라
상처 교정, 기능 장애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의학 분야이다.
그 점을 다들 꼭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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